한국인의 대표적인 심리유형은 이중성이다.

순수와 배타, 신바람과 광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근본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시류에 영합하고

동일성을 강조하지만 서로 분열한다.

’한국인의 공동심리 유형들과 그 양면성’에서

한국인의 대표적인 심리 유형으로

’순수성의 감정과 이중성’, 신바람과 광기’, ’동일성의 병적 징후’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는 순수한 영혼의 애가다.

또 14세기 말 고려 충신 우탁부터 조선 중기 기생 송이에 이르기까지

150여 수의 시조를 분석한 결과 순수성을 은유한 시조들이 50여 수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인은 예부터 순수의 가치를 지고의 것으로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적 순수와 불행한 현실의 괴리는 한국인의 무의식에 이분화돼 자리잡았다.

순수에 비견되는 신념윤리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 책임윤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윤리적 가치의 척도를 삼는다.

건강한 사회는 저 두 가지가 혼융돼 작용하는 것인데

택일을 강요하는 사회는 구체적인 현상을 추상적 이념으로 증발시켜버린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종교적 광기가 한국인의 마음을 격정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정치적 이념대립의 광기가 한국인의 마음을 갈라놓고 있다는 것.

신바람의 광기가 순수성의 이념과 결부되면 ’순수성의 악마’로 변용된다.

이는 더욱 한국문화를 끝없는 논쟁의 나락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


한국의 공동심리유형은 동일성 일색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감정상 동류의식이 통하면 의기투합해 친근감의 극치를 이룬다.

2002년 월드컵 응원열기는 전 민족적인 동류의식이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동일성의 추구는 언뜻 보기에 강력한 단결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성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다.

오히려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까닭에 차이를 목격하면 서운한 감정이 앞서게 된다.

한국인은 모여 살면서 동질성의 정을 주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체감이 잘 형성되지 않아 서로 분열한다.

역설적으로 한국인은 지금 지역적ㆍ정치적ㆍ이념적ㆍ종교적 배타심 등으로 자신의 동일성을 지키려 한다.

어떤 차이도 감정적으로 싫어하고 오로지 대등의식이 평등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정적 동일성이라는 허상을 빨리 씻어내야 대등의식과 소모적 경쟁이라는 병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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